불안한 증권시장과 호주경제    (List

시드니 주식시장은 화요일이 불안하다. 뉴욕 증권거래소의 월요일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뉴욕증시가 불안감을 잉태한 채 금요일 오후 파장하고 나면, 세계의 투자자들에겐 초조한 기다림의 주말이 시작된다. 노심초사 주말이 가고 뉴욕에서 일요일 오후 키 그림자가 길어 질 때쯤, 푸른 혹성 지구촌의 월요일 아침이 남태평양의 통가 부근 작은 섬들에서부터 밝아 온다. 새로운 월요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선진국의 증권시장은 오클랜드와 시드니. 그러나, 이들과 유럽 증시의 움직임들은 잔물결을 일게 하는 미진일 뿐, 지축을 뒤흔드는 강진의 진원지는 대부분 뉴욕이다.

시드니와 도쿄, 그리고 서울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다 닫고, 유럽의 증시들의 마감 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 세계의 큰손들이 몰려 있는 뉴욕 증권거래소가 문을 연다. 주말 동안 팽배해 있던 투자자들의 불안감과 초조함이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때가 바로 뉴욕의 월요일 아침. 지난 월요일 아침이 바로 그런 아침이었다. 그 전 금요일에 30개 우량주를 종합한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213 포인트 (2%), 하이텍 위주의 나스닥 혼합지수가 115 포인트 (5.3%) 하락한 데 이어, 월요일에 다우존스는 그 두 배가 넘는 436.37 포인트 (4.1%), 나스닥은 129.4 포인트 (6.3%)나 더 하락한 것이다. 다우존스의 하락 폭은 포인트 기준으로 역사상 다섯 번 째 큰 것이었고, 나스닥 지수는 이날 폭락의 결과 작년 3월 10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62%나 내려앉고 말았다.

화요일 아침 시드니 증시는 전날 뉴욕증시의 움직임에 가장 민감하다. 금요일 뉴욕증시의 큰 폭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시드니 투자자들이 화요일 아침 10시 문을 열자 말자 "팔자"로 몰려 종합주가지수가 65 포인트 (2%) 하락하였다가 오후 끝날 무렵 조금 회복하였으나 결국 54.4 포인트 하락한 상태에서 마감되었다.

증권시장의 주가가 폭락한 상태로 문을 닫고 나면, 밤사이 투자자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놓고 고심한다. 바닥을 친 것일까? 아니면 더 깊은 골이 앞에 있는 것일까? 증권시장에선 흔히 이성적 분석보다는 동물적 공포감이나 과장된 기대감이 장세를 압도한다. 특히, 주가의 움직임이 크고 정치와 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할 때 더욱 그러하다. 월요일의 폭락이 있고 난 다음날인 화요일, 다우존스와 나스닥 주가지수는 약간의 반등세를 보여 각각 82.55 포인트 (0.8%)와 91.4 포인트 (4.8%) 씩 올랐고, 뒤이은 수요일 시드니의 주가지수도 거의 보합세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시드니의 목요일 정오 현재, 다우존스와 나스닥은 또 다시 317.34 포인트 (3.08%)와 42.78 포인트 (2.12%)씩 각각 더 하락한 상태에서 뉴욕의 목요일 아침을 기다리고 있고, 시드니의 주가지수는 전날 보다 50 포인트 정도 더 떨어져 있다.

주가의 단기적 움직임은 이렇듯 투자자들의 심리적 상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주가변동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상장회사들의 수익성이다. 기업의 수익성은 경제의 건강상태에 달렸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침체기미와 하이텍 주가의 거품파열 현상 때문에 주가가 전체적으로 하락하였고, 경제의 앞날과 그에 대응할 정책방향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호주 경제는 불안한 미국경제의 영향뿐만 아니라, 작년 7월 GST제도의 도입에 따른 불규칙적 파생효과와 일본을 비롯한 주요 수출 대상국들의 경제상태 악화로 지난 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GST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주택건축 분야로, 새 주택에 부과되는 GST를 피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작년 후반기 수요가 7월 이전으로 앞당겨 지는 바람에 4/4분기에는 그 수요가 크게 감퇴하였던 것이다. 호주경제의 앞날을 예고해 주는 각종 선행지수들이 경기의 하강 곡선을 예고하고 있어 호주 자산과 호주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그 덕분에 지난 밤 호주 달러의 가치는 사상 처음으로 미화 50센트 선 밑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호주 달러의 약세에는, 올해 중에 있을 연방선거 이후 정책 조정방향의 불확실성도 한 몫 하고 있다. GST 뒤집기를 공약하고 있는 노동당의 우세가 앞으로의 정책방향 예측을 어렵게 하는 불안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심각하게 침체되어 부동산 시장이 몰락하든지 실직하여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극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지금처럼 경제가 다소 가라앉은 시점이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오히려 호기가 될 수 있다. 수요의 감소로 부동산 가격이 잠시 주춤할 뿐만 아니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가 늘어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입비용이 적게 들게 되는 것이다. 이미 연방정부는 올해 안에 새로 지은 집을 구입하는 처음 주택 구입자에 대하여 보조금을 7천 불에서 1만 4천 불로 올려 지불한다고 발표한 바 있고, 중앙은행도 다음 달 초 열릴 이사회에서 크게는 1% 포인트까지 이자율을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호주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부분의 경제 분석가들은 빨라도 6월이 지나야 회복국면으로 들어 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경제의 앞날, 천정부지로 치솟던 하이텍 주가에서 빠져나가는 거품, 국제 원유가의 인상, 연방 선거, 그리고 심지어 유럽에 만연한 구제역의 효과까지, 너무도 많은 불확실성 변수들이 호주 경제의 앞날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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