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이자율     (List

지난 칼럼에서 예견했던 대로 미 연방 준비제도와 호주 중앙은행은 은행간 초 단기 이율인 Funds Rate과 Cash Rate을 각각 0.5% 포인트씩 인하하기로 연이어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진 일반 금융기관들도 하나 둘씩 자신들의 대출 이자율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어떤 금융기관은 호주 중앙은행이 이자율 인하를 결정하기도 전에 자신들의 주택자금 대출 이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하여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일부 은행들은 변동이자율에 비해 이미 전반적으로 낮아져 있는 고정 이자율을 크게 광고하여 소비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이러한 단계적 이율 변동과 대출기관들의 기발한 광고 전략으로 혼동된 고객들의 문의로 금융문제 상담자들이 한동안 바빴다. "A은행에서는 5% 라는데 왜 B은행은 아직도 8%이고 C은행은 6%인가?" "무조건 이자율이 낮은데서 융자받고 싶다." 앞서 말한 은행들은 바로 이러한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그러한 광고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어떤 상품을 어떻게 광고하든지 소비자들은 크게 말하는 그들의 광고에만 현혹되지 말고 그들이 내 놓는 상품들의 실질적인 품질을 잘 분석해 보아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은행간 초 단기 금리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할 때마다 은행들은 어떻게 하면 그 기회를 이용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일까, 아니면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윤을 늘릴 수 있을까 고심하며 경쟁은행들의 눈치 보기에 바빠진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올리기로 결정하면 일반 은행들은 하루 빨리 대출 이자율을 올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경쟁사들 보다 이럴 때 먼저 나서면 시장을 잠식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경쟁은행들 중 누가 먼저 올려 주길 기다렸다가 못 이기는 척 자신들의 대출 이자율을 올리는 것이다. 이자율을 내릴 때는 이와 반대다. 내심 대출 이자율 인하를 하루라도 늦추고 싶겠지만 경쟁은행 보다 너무 늦지 않게 내리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앞서 내림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대출 이자율의 변경 폭도, 인상 때는 중앙은행의 변경 폭을 100% 반영하려는 성향이 있지만, 인하 때는 될 수 있으면 그 일부만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은행들의 속성이다.

지난 주 이자율 인하 조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호주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결정하기도 전에 자기들의 변동 대출 이자율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금융기관도 치밀한 계산을 한 후 그렇게 한 것은 물론이다. 그 때는 이미 미 연방 준비제도가 이율을 0.5% 내린 후로, 호주 중앙은행도 곧 이자율을 비슷한 수준만큼 하향 조정할 것이 기정 사실로 되어 있던 터라 0.25% 내리기로 한 그 금융기관의 결정에는 큰 위험이 없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 금융기관은 보도기관들의 주목을 받고, 소비자들에게는 고객을 위하는 금융기관으로 비춰지게 되었던 것이다.

6 개월 또는 1 개월 간의 허니문 이율을 새삼 크게 광고하는 것도 은행들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여 주는 좋은 예다. 고정 이자율과 변동이자율의 차이는 장래 이자율 추이에 대한 예측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고정 이율이 변동 이율 보다 낮다는 것은 이미 지난 칼럼에서 설명한 바 있다. 변동이율의 인상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7% 내지 8%선의 변동이율에 익숙해 져 있는 고객들에게 5% 또는 6%에 대출해 주겠다고 광고하면 큰 할인을 해 주는 것처럼 느껴 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어떨까? 겉보기만큼 유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우선, 변동 이율이 벌써 0.5% 내려 왔으니 그 차이는 7-8%와 5-6%의 차이가 아니라 6.5%-7.5%와 5-6%로 이미 그 차이가 0.5% 줄었고, 처음 6 개월 또는 1 년 낮은 이율을 보고 나머지 기간 내내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상품을 놓치고 말게 되니 전체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은 이자율이 지금 수준에서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10만 불을 30년 만기로 빌렸을 때, 6.89%의 이율이 전 기간 적용되는 경우 (상품 A) 와 처음 6 개월간 5% 후 7.57%로 변하는 경우 (상품 B), 그리고 처음 1 년간 6% 후 7.57%로 변경되는 (상품 C) 세 가지 경우의 이자만을 비교한 것이다. 그림의 막대들은 A 상품으로 대출 받았을 때 지불해야 하는 누적 이자에서 B 또는 C 상품으로 대출 받았을 때 지불해야 하는 누적 이자를 뺀 값으로, 그 값이 영보다 크면 B (흰 막대) 또는 C (짙은 막대) 상품이 유리한 것이고 영보다 작으면 A 상품이 유리한 것을 보여 준다.

첫 해 A, B, C 상품에 지불하는 이자는 각각 6,858, 6,196, 그리고 5,935 불로 B 상품과 C 상품이 A 상품에 비해 각각 662 불과 923 불 만큼 유리하나, 2 년 차에는 그 누적 이자의 차이가 각각 70불과 350불로 줄어 들고, 3 년만 되면 오히려 A 상품에 지불한 이자보다 많아지게 된다. 10 년이 되면 A 상품에 비해 각각 4,700 불, 4,300 불만큼 이자를 더 지불하게 되고, 30년 만기동안 이자를 각각 1만 3천불 이상 더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30 만불을 대출 받으면 4 만 불 정도의 이자를 더 물게 된다는 뜻이다.

변동 이자율이 앞으로 6 개월 이내 또는 1 년 이내에 더 내려가면 상품 B와 C가 더 불리해 지는 것은 물론이다. 1 년 고정이율인 C 상품이 6 개월 고정이율의 B 상품에 비해 다소 덜 불리해 보이는 것은, 앞으로 1 년 이내에 변동 이자율이 더 내려 갈 가능성이 6 개월 이내에 더 내려 갈 가능성 보다 클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된 탓이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조정하면, 일반 은행들은 이자율 뿐 만 아니라 대출심사 규정도 조정한다. 지금과 같이 중앙은행이 앞으로 경기가 후퇴할 것을 기대하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출 때, 일반 은행들은 대개 대출 심사 규정을 강화한다. 따라서,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기업과 서민들은 대출 이자가 낮아져 좋은 점도 있지만 대출 받기가 다소 어려워 질 것도 기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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