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화폐 속의 위인들  (List)

한 나라의 화폐에 실린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널리 존경받는 위인들이다. 우리 한국의 화폐에도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 선생과 율곡 이이 선생, 그리고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 장군의 모습들이 실려 있다.

이곳 호주의 화폐에 실린 위인들은 어떤 업적을 이룬 분들일까? 십 수년을 살아 온 나라에서 매일 대하는 얼굴들이지만 아직도 어떤 일을 한 분들인지 모른다는 것이 갑자기 부끄러워져, 호주 중앙은행과 조폐기관들의 웹사이트를 뒤져 그 분들의 업적을 살펴보았다.

호주의 지폐와 동전은 다 같은 화폐지만, 그 법적 위치는 다소 다르다. 지폐는 호주 중앙은행의 재산이지만 동전은 영연방의 재산이다. 따라서, 지폐에는 호주의 위인들이 실려 있으나, 대부분 호주 동전에는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조폐기관도 달라, 지폐는 호주 중앙은행의 부속기관인 호주 지폐인쇄사(Note Printing Australia Ltd.)에서 발행하지만, 동전은 왕립 경화 주조국(Royal Australian Mint)에서 만든다.

현재 호주에서 유통되고 있는 지폐는 5불, 10불, 20불, 50불, 그리고 100불 권이며, 그 전체 액수는 약 254억불에 이른다. 그 중 가장 많이 발행된 것이 50불 권으로 약 2억 2천 4백 만 장 정도가 유통되고 있고, 그 다음은 100불 권으로 50불 권의 반인 1억 1천 2백 만 장 정도가 유통되고 있다. 가장 흔히 쓰이는 20불 짜리 지폐가 가장 많이 발행되었을 것 같지만, 100불 권의 수 보다도 적은 9천 6백 만 장 정도가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50불 권과 100불 권이 20불 권 보다 더 많이 발행됐지만 20불 권보다 덜 흔해 보인다는 것은, 사람들이 아직도 현금을 가치 저장수단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호주 지폐를 만드는 재료는 호주 중앙은행과 호주 과학·기술 연구소(CSIRO)가 공동 개발한 폴라이머라는 특수 플라스틱으로 위조하기가 어렵고 내구성이 좋아, 뉴질랜드를 비롯한 남태평양의 섬나라들과 중국, 싱가폴, 타이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그 기술이 수출되고 있다.

올해의 호주 연방 건국 100주년 판 5불 짜리 지폐에 실린 위인은 '호주연방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파크스 경이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태어나 20대 중반에 호주로 이민 온 분으로, 이민 오기 전 그의 직업은 동물의 뼈와 상아를 깎아 예술품을 만드는 선반공이었다. 정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력이 뛰어 났던 그는, 호주에 이민 온 후 시드니에서 언론계에 진출하게 되고 이민 온지 33년이 되던 1872년부터 1891년까지 다섯 번씩이나 NSW 식민지의 수상에 당선되었다. 연방국가의 건국을 자신이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강력한 지도력 덕분에 호주연방 국가가 탄생할 수 있었다. 건국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 경도에 위치한 도시들 간의 시간 통일은 물론 인접한 주간의 철로의 궤도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의 업적은 가히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헨리 파크스 경이 실린 5불 권의 이면에는 여권신장과 아동복지 향상, 그리고 민주적 선거제도를 위해 평생을 바친 캐서린 스펜스 여사가 실려 있다. 헨리 파크스 경보다 10년 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이민온 해와 같은 해인 1839년에 14살의 나이로 가족과 함께 남부호주에 이민왔다. 여사는, 저널리스트 그리고 작가로서, 문학, 정치, 사회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바,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1894년 호주 식민지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남부호주에서 여성들이 참정권을 인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호주 10불 권의 양면에는, 그 유명한 호주 민속시 Waltzing Matilda와 The Man from Snowy River의 저자 "반조" 패터슨과, 여성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 20세기 전반기의 호주 사회에서 여권신장, 노인 및 불구자 연금도입, 원주민 처우개선 등에 공헌한 매리 길모어 경이 실려 있다. 길모어 경은 2차 대전 중, '어느 원수도 우리가 기른 걸 거두어 가지 못하리'와 '싱가폴' 등 호주 국민의 애국심을 돋구는 시를 지어 연합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칭송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20불 권의 양면에는, 19세기 초 호주에서 여성으로서 사업에 성공했던 매리 레이비 여사와 퀸즈랜드와 NT 오지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공헌한 존 플린 목사가 실려 있다. 레이비 여사는 영국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말을 훔친 혐의로 7년 유형형을 받고 호주에 온 분으로, 사업을 하다가 일찍 사별한 남편의 화물 수송사업을 이어 받아 시드니에서 크게 성공시키고, 교회후원과 교육진흥 등 자선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존 플린 목사는 오지 주민들에게 비행기로 날아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Royal Flying Doctor Service of Australia (RFDSA) 의 전신을 설립하였다. 그의 비전으로 생겨난 RFDSA는, 오늘날, 호주 본토의 80%에 해당하는 690만 평방 킬로미터를 커버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광범위한 항공의료서비스가 되었다.

50불 권에 실린 분들은, 호주 원주민 작가이자 발명가인 데이빗 우나이폰씨와 호주 주 의회의 최초 여성 의원이었던 이디스 카우언 여사이다. 우나이폰씨는 당시 '호주의 레오나르도'라고 불릴 만큼 창의력이 뛰어난 분으로 양털깎는 기계를 개량하고 원심 분리기 모터와 동력 추진기 등을 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호주 원주민으로서는 처음으로 원주민들의 생활방식과 전설, 그리고 전통 등에 관한 글들도 신문에 발표하였다. 서부호주 식민지의 법관이었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여성과 아동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제 개혁에 관심이 많았던 카우언 여사는, 1907년 서부호주에서 미성년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 재판소 설립을 추진함으로써 미성년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여사는 1920년 서부호주에서 여성의 의회 피선거권이 인정되자 그 다음해 서부호주 하원에 진출하여, 여성의 권리와 이민자 복지, 그리고 유아 건강센터설립 등을 추진하였다. 서부호주의 이디스 카우언 대학교는 그녀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주 화폐 중 최고액권인 100불 권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여성 성악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쳤던 넬리 멜바 경과 1차 대전 당시 갈리폴리 전투와 하멜전투에서 용맹을 떨쳤던 존 모나쉬 경이 실려 있다. 1861년 멜번에서 태어난 멜바 경은 당대 최고의 가수로 거의 세 옥타브를 커버하는 청량한 음성으로 세인을 매혹시켰다 한다. 애향심이 깊었던 그녀는 예명도 고향인 멜번을 따 '멜바'로 지었다. 한편,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공학도였던 존 모나쉬 경은, 1차 대전 발발 후 호주 제국군의 제 4 보병 여단장으로 갈리폴리 전투에 참전하였다. 그 이후 육군 소장으로 호주군 제 3 사단을 이끌고 불란서 전선에 참전하였다가, 종전 직전이었던 1918년 중장 진급과 동시에 호주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되고, 그해 7월 하멜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독일군의 방어선이었던 힌덴부르크 라인을 붕괴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을 제공하였다. 멜번 모나쉬 대학교는 이분의 이름을 딴 것이다.

지폐권

이름

생존기간

직업

중요업적

5불

Sir Henry Parkes

1815-1896

정치인

호주연방건국

5불

Catherine Helen Spence

1825-1910

작가,

사회운동가

여권신장, 아동복지, 민주선거제도

10불

AB 'Banjo' Paterson

1864-1941

시인

우수한 민속시 저작

10불

Dame Mary Gilmore

1865-1962

작가,

사회운동가

여권신장, 노인 및 아동복지, 원주민 처우개선

20불

Mary Reibey

1777-1855

사업가

성공적인 사업경영, 자선사업

20불

John Flynn

1880-1951

종교인

오지 주민 복지 향상

50불

David Unaipon

1872-1967

작가, 발명가

각종 발명, 원주민사회에 대한 저작

50불

Edith Cowan

1861-1932

정치인, 여성운동가

호주최초 여성의회의원, 여권신장, 미성년자보호, 이민자복지향상, 유아건강센터

100불

Dame Nellie Melba

1861-1931

성악가

호주 최고의 성악가

100불

Sir John Monash

1865-1931

군인

제1차 대전 중 혁혁한 공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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