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수익과 자유경쟁   (List

호주의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연간 10억불(6천억원) 또는 20억불(1조2천억원)씩 넘게 순수익을 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기본적인 이유는 사기업으로서의 궁극적 존재목표인 이윤극대화에 최선을 다 하였다는 것이다. 부단히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고 최대한 그 비용을 줄임으로써,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은행이 수익을 많이 낸다는 것은 경제가 그만큼 튼튼하다는 뜻도 된다. 은행이 망하면 경제도 망한다. 지금 일본경제가 앓고 있는 중병의 근본적 원인이 구태의 관료적 경영방식과 관습에 젖은 태만한 대출방식 때문이라지 않는가? 건강한 은행들을 가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은행도 기업인데 기업으로서 이윤을 극대화 하고자 노력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기에 걸핏하면 신문과 라디오에서는 은행을 못사는 홀어미 바가지 훔쳐간 놈인양 나무라는 것일까? 문제는, 은행들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서민의 일상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 되었고 그에 대한 의존도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금융시장의 많은 분야들이 아직도 일부 대형은행들에 의해 거의 과점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젠 정말 은행이 없이는 단 며칠도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은행서비스가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봉급생활자는 봉급이 은행으로 바로 들어가니 은행계좌를 가지지 않을 수 없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결제하려 하니 은행과 거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자금이나 주택구입 자금을 대출 받아야 하거나 현찰을 일시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도 은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렇듯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은행의 수익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금융시장의 경쟁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서민들은 사기업으로서의 은행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간단한 예를 들어, A은행이 B지점의 창구 직원 수를 결정하는데 이윤극대화의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고, 그 과정에서 고객들의 은행의존도와 그 은행의 독점력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보자.

A은행이 B지점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수의 고객을 최소수의 창구직원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두 가지 극단적인 경우는, 창구 직원 수를 충분히 늘려 전혀 기다리는 고객이 없게 하는 것과, 그 반대로 B지점의 문을 닫아 버리고 직원을 하나도 고용하지 않는 것이다. 창구 직원 수를 충분히 늘리는 것은 고객들을 많이 붙잡아 둘 수 있어 좋기는 하나, 그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A은행은 창구 직원 한 사람을 더 고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 그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비용과, 그 창구직원이 고객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더 잡아 둘 수 있는 고객들로부터 얻을 수익을 비교한다.

그렇다면, 추가로 고용되는 직원이 몇 사람의 고객을 더 잡아 둘 수 있을까? 이는 전적으로 고객들의 은행의존도와 B지역의 은행간 경쟁에 달렸다. 극단적인 예로, B지역의 주민들에게 은행서비스가 필수인데도 A은행만이 지점을 두고 있다면, A은행은 창구 직원을 한 명만 고용하여 B지점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객들이 자신들의 서비스에 불만이 많아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A은행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A은행의 이러한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은행서비스의 대안을 찾든지, 다른 은행이 B지역에 지점을 두어 A은행과 경쟁을 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고객들이 서비스에 실망하면 다른 은행의 지점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을 때만 은행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호주 은행들의 거대한 순수익은, 그들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랫동안 규제되어 왔던 호주 금융시장에서 이미 차지해 놓았던 점유율과 서민들의 늘어가는 은행의존도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백분 활용한 때문에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보이지 않게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다. 물지 않아도 좋을 수수료를 물고, 7%면 될 이자율을 8%씩 물거나, 1분 기다려도 될 창구 서비스를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피해가 바로 그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윤극대화가 지상의 목표인 은행과 같은 기업들에게는, 치열한 경쟁과 선택에 현명한 고객들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은행의 수익은 바로 고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것이다. 그들의 호주머니가 두툼해 졌다는 것은 고객들 호주머니가 얇아 졌다는 반증이다. 건전한 경쟁과 고객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이러한 현상을 역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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