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품의 비교     (List

얼마 전에 방영된 채널 9의 A Current Affair 프로그램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주택구입자의 70% 이상이 금융 브로커를 통해서 주택융자를 받고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도, 그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금융브로커를 통해 주택 구입자금을 대출받는 사례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수 십 개의 대출기관이 제공하는 수 백가지 대출상품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유리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는 것인가를 고객이 스스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출승인 심사기준도 각 금융기관마다 틀린데 그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큰 은행에 가서 빌리면 크게 밑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이제는 재고해 보아야 할 때 인 것 같다. 우선,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제공하는 상품들이 은행들이 제공하는 상품들보다 일반적으로 고객에게 유리한 것들이 많고, 대형 은행들의 그러한 단점들을 커버해 주던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대형 은행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그 힘을 이용하여 고객 위에 군림하던 시절은, 최소한 주택 구입자금 대출 시장에서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주택융자의 경우, 금융브로커들은 대개 대출기관에서 약정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는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출기관에서도, 금융브로커를 이용할 경우 자체 매니저나 지점 등을 관리할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므로,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

광고에 나오는 이자율만 비교하면 어느 상품이 우수한지 알 수 있다는 생각도 불리한 결정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이자 이외에도, 대출신청비, 매월 계좌관리비, 그리고 각종 상환조건들을 고려해야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대표적인 주택융자 상품 몇 가지를 비교해 보자. 이자율만 본다면 B상품이 도표에 제시된 상품들 중 가장 유리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조건들을 딴 상품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지도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대출신청비가 다른 상품에 비해 많이 비싸다. 10만 불 정도를 대출할 경우는 750불로 크게 차이가 없을 지 모르나, 30만 불을 빌리면 대출신청비만 2,250불에 이른다. 상환조건도 상당히 까다롭다. 필요하면 최소 상환액보다 앞서 간 부분을 재인출해 쓸 수 있는 조건이 이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고, 4년 이내에 전액을 상환하면 벌과금도 있다. 또한, 최소 상환액 보다 더 갚는 것도 그 금융기관의 다른 상품으로 교체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 상품은 소액을 대출하여 적어도 4년 동안 최소 상환금만 갚을 계획일 경우에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상품 A와 C는 거의 조건이 비슷하다. 이자율은 C가 좀 낮지만 대출 신청비는 A가 낮다. 두 상품 모두 조기상환이나 재인출에 문제가 없고 매월 계좌 관리비도 없다. 상품 D는 소위 밀월기간이라는 것이 있는 것인데, 처음 12개월 간은 비교적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그 이후는 일반 이자율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 상품의 경우 나중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A나 C에 비해 높기 때문에 처음 1년 간의 낮은 이자율의 효과가 추후에 상쇄되고 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상품은 상환 초기에 부담을 줄이고 그 부담을 2년 차 이후로 미루어야 할 이유가 있을 경우에 적당하다고 하겠다.

소비자협회는 명목이자율의 이러한 비합리성을 제거하기 위해 대출상품 광고시 명목이자 이외에 실질 이자율 (Annualised Average Percentage Rate: AAPR)을 밝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AAPR은 명목이자와 각종 수수료들의 효과를 포함한 실질 이자율이다. 대다수 비은행 대출기관과 노동당에서는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은행그룹과 보수연합당이 반대하고 있어서 법 개정이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당이 집권하고 있는 뉴사우스 웨일즈 주만이라도 법개정을 추진할 움직이지만, 대다수 금융기관이 전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어서 실현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흔쾌히 밝히길 원하는 실질 이자율을 은행들은 왜 마다하고 대신 "Fees and conditions apply."라는 애매한 문구를 고집하는지는 좀 생각해 볼일이다.

도표의 아랫부분에 네 가지 상품의 AAPR들을 제시해 놓았다. 초기에 한 번만 지급하는 대출신청비와 같은 비용 때문에 대출액수에 따라 실질 이자율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AAPR이 명목 이자율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계산 방법의 특수성과 수량으로 가늠할 수 없는 조기상환이나 재인출 가능성과 같은 질적 차이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아서 무조건 AAPR만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AAPR에 대해서는 추후에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주택융자 상품의 비교 (2000년 9월 8일 현재)

 

A

B

C

D

변동이자율

(현재)



7.9%



6.99%



7.72%

처음12개월간 7.04%, 그리고 나머지 기간은 7.93% (변동가능)

융자신청비

499불

대출액의 0.75%

764불

595불

월 계좌관리비

없음

없음

없음

없음

조기상환 가능성

가능

벌과금 있음

가능

가능

재인출 가능성

가능

불가능

가능

(최소 50불)

가능

(최소 50불)

실질 이자율 (AAPR)

10만불

7.99%

7.13%

7.85%

7.88%

20만불

7.95%

7.13%

7.79%

7.83%

30만불

7.93%

7.13%

7.77%

7.81%

40만불

7.92%

7.13%

7.76%

7.80%

50만불

7.92%

7.13%

7.75%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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